서부간선수로에서 만난 동식물들 23종



아파트 뒷골목 댑싸리가 전보다 무성해졌습니다. 가을이 되면 붉게 물들면 볼만하겠습니다.
하천으로 향하는 길에는 진흙탕길도 있어 조심조심 지나갔어요. 미끄럼 사고의 기억 때문이죠. 그래요. 빙판길이 아니여도 얼마든지 미끌어질 수 있습니다.
하천은 비가 온 후 수심은 높아졌지만 흙탕물로 탁했고 밤새 범람하고 남은 잔해들이 다리 가장자리로 밀려와 쓰레기로 쌓였습니다. 비둘기들은 단체로 그것들을(?) 먹으러 다녔습니다. 단체 회식 같은 기분. 정말 형형색색 다른 비둘기들이지만, 한꺼번에 몰려드니 좀 무섭기도 했습니다.

우산을 쓰기도 안 쓰기도 애매한 비가 내리다 그쳤어요. 오랜만의 산책이었고 오후였어요.
보라빛 맥문동이 하나 둘 머리를 내밀기 시작합니다. 주상복합이나 아파트 단지에 제법 있는 식물이죠. 4계절 내내 푸르고, 볕이 없어도 개의치 않고 지내며 잡초가 발 디딜 틈도 없어서 많이 심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찬란했던 접시꽃들은 지고 있었어요. 저 멀리 왜가리가 왔다 수양버들에 잠시 자리를 잡는 듯 하더니 굴포천 방향으로 다시 날아가 버립니다. 흙탕물 속에서 고개를 내민 거북이도 보고, 푸르름한 밀잠자리 수컷들이 심심찮게 보며 암컷들은 어디있니 싶었고,

난간 위를 걷고 있던 사마귀의 특이한 행동도 관찰했어요. 흰뺨검둥오리 커플이 수풀 사이에서 옷매무새를 다듬듯 날개를 다듬고 있어요. 가까이 다가가도 하던 일을 할 뿐이였어요. 가까이서 영상을 찍을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얼마 전 만났던 새끼오리들은 작은 발자국 소리에도 떼를 지어 도망가곤 했는데 말이죠.
또, 1개였던 코스모스는 2개였다 고사이 8개로 늘었습니다.

노란 실모양으로 다른 식물을 감싸고 있는 기생식물을 보았어요. 예쁜 노란색이지만 실처럼 얇고 기이하게 다른 식물들을 감고 있는 미국실새삼, 번식력과 생명력이 매우 강해 한 번 번지면 주변 식물들을 뒤덮어 말라 죽게 만든다고 해요.

작아서 눈의 잘 띄지 않는 분홍 빛의 바늘꽃, 봄에도 본듯한 애기노랑토끼풀, 족제비싸리 잎사귀 위에 구슬처럼 반짝이는 이슬을 사진으로 담아보기도 하고 쥐똥나무의 열매도 보았어요.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할 때의 뚱딴지도 제 이름을 찾느라 구글 AI의 멱살을 잡고 한참을 실갱이를 벌였네요. 자잘한 흰색 꽃들을 무리 지어 피운 수생식물은 독미나리라고 하는데 지독한 맹독성이지만 자생지가 줄어들어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이기도 합니다.

그 뿐인가요. 직박구리 커플은 사람들을 경계하면서 대부분 일정한 구역에서 지내고 있어요. 새소리도 예쁘고 둘은 늘 꼭 붙어 다닙니다. 늦봄에 활짝 피었던 노랑꽃창포의 씨방도 보고 돌나물과 족제비싸리, 붉은 토끼풀도 보았습니다.

그 외에도 바랭이, 박주가리, 솔방울골, 개자리, 잔개자리, 큰 나무에 딱 붙어 자라는 담쟁이 덩굴까지
오늘만 해도 이렇게 많은 동식물들을 만날 수 있었답니다.
무엇보다도 기뻤던 건 흰뺨검둥오리 커플이 사람을 경계하지 않아서 가까이서 영상을 찍을 수 있었던 점이예요.
서부간선수로의 삼산동 방향에는 연꽃이 뒤덮은 구역이 있었는데 한 때는 노랑어린연꽃이 만발하더니 이제는 연꽃이 무서운 속도로 자랐어요. 은은한 연꽃향기에 절로 웃음이 났어요.

오늘 만난 동식물들을 정리해볼까요?

밀잠자리 (수컷), 참새, 직박구리, 왜가리, 흰뺨검둥오리, 비둘기, 연꽃, 노랑꽃창포 (씨방/열매), 독미나리, 개소시랑개비, 돌나물, 족제비싸리, 쥐똥나무, 돼지감자(뚱딴지), 붉은토끼풀, 바랭이, 박주가리, 솔방울골, 바늘꽃, 개자리, 잔개자리, 담쟁이덩굴, 맥문동.
총 23종 입니다.

하천을 산책하다보면 계절마다 시간대마다 만나는 동식물들이 매번 새로워요. 코스모스 1송이가 8송이 되는 걸 알아차릴 만큼 곳곳을 세심하게 보고 다닙니다.
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동식물들이 있으니 이보다 더 기쁘고 신기한 일이 또 있을까요.

– IT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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