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다닥냉이(Lepidium virginicum)는 어떤 풀일까?
하천을 산책하다보면 곧잘 눈에 띄던 풀이었습니다.
콩만한 열매가 다닥다닥 달린다고 하여 콩다닥냉이라는 이름이 붙어졌습니다. 제가 보기엔 납작하게 눌러놓은 녹두콩만한 크기였어요.
가을에 발아하면 두해살이처럼 보이고 봄에 늦게 발아하면 한해살이처럼 보여서예요. 이렇게 발아시기이라는 환경적인 요인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무리 봐도 배추처럼은 보이지 않는데 배추과에 속하는 두해살이 또는 한해살이 풀입니다.
십자화과 열매이기도 한데 여기서 십자화과는 꽃잎 4장이 십(十)자 모양으로 배열된 꽃 형태를 말합니다. 여기에 속하는 종류로는 배추, 무, 냉이, 유채, 겨자 등이 있습니다.

후추의 대체제
과거 식민지 시대 미국과 유럽에서 후추(Black Pepper)는 인도 등 아시아에서 건너온 매우 비싸고 귀한 향신료였습니다. 고기 요리의 맛을 내고 보존하는데 필수였던 후추와 계피를 직접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걸고 바다를 나갈 정도였죠.
유럽에서 미국 땅으로 건너와 살던 초기 이주민(식민지 개척자)들이, 값비싼 후추 대신 미국 길가에 널려 있던 콩다닥냉이를 요리에 사용해 먹었다고 해요.
겉보기에는 보잘것없고 흔한 잡초 같지만, 씨앗을 씹으면 후추와 와사비를 섞은 듯한 알싸하고 매콤한 맛으로 후추의 대체제로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괴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약초
미국 원주민(인디언)들은 옛날부터 이 식물을 당뇨나 결핵 치료 등 다양한 민간요법으로도 사용했습니다. 이후 미국에 도착한 초기 정착민들과 선원들은 이 잡초에 비타민 C가 엄청나게 풍부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당시 장기 항해를 하던 선원들은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해 괴혈병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았는데, 콩다닥냉이는 괴혈병을 예방하는 비상 약초로 쓰였습니다.
괴혈병은 비타민(아스코르브산)가 극도로 부족해져서 발생하는 심각한 결핍 질환을 말합니다. 비타민C는 신체 조직을 튼튼하게 연결해주는 단백질인 콜라겐 생성의 필수요소입니다. 오랜시간 결핍되면 콜라겐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온몸의 혈관과 결합 조직이 무너지고 쪼개지며 출혈이 일어나게 됩니다. 실제로 대항해시대(15-18세기)에 목숨을 잃은 선원들이 수 만명, 많게는 수백만 명이 바다 위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흰나비들의 보금자리
콩다닥냉이가 사람들에게만 이롭게 하진 않습니다. 배추과(십자화과)를 좋아하는 흰나비들은 콩다닥냉이 줄기에 알을 낳고, 부화한 애벌레들이 콩다닥냉이 잎을 먹고 자랍니다. 흰나비 애벌레들에겐 소중한 영양 공급원이자 안전한 보금자리 입니다.
– ITZ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