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이란 시간 내내 법적대응으로 피로감을 선사했던 양육비가 어제부로 모두 정리되었습니다.
돈은 이토록 모든 걸 쉽게 정리하고 해결합니다. 일사천리로 모든 절차가 진행되었습니다.
소송 비용까지 완납했으니 그는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누구의 아빠도 아닌 온전히 그로 살아가겠네요.
단 돈 얼마에 자신의 의무를 해결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그가 부럽군요.
0부터 시작해야 하는 자신에 대한 연민이 요즘의 더위처럼 철썩 달라 붙어 있습니다.
게다가 미련스럽게 아주 오래전에 시작된 균열을 마저 다 떨구어 내고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언젠가 그가 사줬던 명품 지갑을 마침내 쓰레기통에 내던졌습니다.
왠지 그 지갑을 버리면 양육비를 받지 못할 것 같은 예감 때문에 주방 서랍에 넣어 두었던 것이죠.
기필코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 덕분이었던지 합의가 아니라 조정이었기에 이행청구의 법적 근거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어쨌거나 아이의 몫이니까 애미로써 도리는 다 했습니다.
당연한 일이니 기뻐할 일도 축하할 일도 아닙니다.
아이의 권리는 이토록 망설임없이 끝끝내 쟁취하고야 마는데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 자문해보게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아빠를 되찾아주고 싶어하는 마음은 제 욕심이란 것도 인정해야 했습니다.
있다가 없으면 불편하고 괴롭습니다. 처음부터 없으면 결핍인지도 모른답니다.
이제는 일상에서 그에 대한 상념을 밀어낼 수 있겠네요.
그가 즐겨 말하던 “명분”이라는게 사라졌으니까요.
비로소 나로 살아갈 날이 펼쳐졌는데도 맥이 빠집니다.
분노 역시 열정의 한 종류였나봅니다.
– ITZ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