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4째주
이른 아침의 고요한 하천, 아침의 산뜻한 바람, 오후의 가득찬 햇볕, 투명하게 빛나는 초록 잎사귀들,
어제는 하나였다 오늘은 둘이 된 코스모스,
수면 위로 떼지어 입을 내밀던 가물치와 낚시꾼 옆에서 낼름 물고기를 받아먹던 왜가리도 보이지 않는 날도 있었습니다.
베란다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다 쇠백로가 하천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을 봅니다.

라떼를 가질러 오는 길에 바닥에 떨어져 있던 작은 꽃을 보고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사철나무였습니다. 사철나무가 이렇게 조그맣고 귀여운 꽃을 피우는지 몰랐어요. 흔히 보던 나무였는데, 사철나무만 보면 이 잎사귀를 좋아하던 새끼 염소가 생각났어요. 방학 때마다 할머니가 계시는 시골에 놀러가면 만났던 염소였죠. 강아지처럼 저를 쫓아다녔고 4발로 동시에 통통 거리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해요. 10살 무렵이였으니 40년도 전의 일이네요. (참 나이 많이 먹었다. 하하)
복잡한 주차공간을 피해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을 지나며 열정적인 빨간 다알리아 꽃도 발견하고
거미줄에 걸려 있는 곤충을 먹고 있는 직박구리도 만났습니다. 작은 새들은 언제나 틈을 주지 않습니다.

오늘은 쇠백로, 치어들, 가물치, 줄무늬거북목과 원추리, 털개구리미나리, 족제비싸리, 치어들, 가물치, 줄무늬거북목, 범부전나비까지 만난 날이었습니다.
산책길에서 발견되는 생명체들에 대해 경외를 느낍니다. 어제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오늘은 발견할 때도 있고 꽃이 지고 그 자리에 열매가 되어 있을 때도 있으며 바람이 강한 날, 키가 큰 접시꽃 일부가 꺾여 쓰러져 있는 것도 봅니다. 누군가는 그런 접시꽃이 밟히지 않도록 한쪽으로 치우는 분도 보았습니다.
하천 주변의 계절 변화도 뚜렷하고 하천의 생태계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수면 위로 입을 내밀고 뻐끔거렸던 가물치와 치어들, 그리고 중국줄무늬목거북까지 오늘 하천은 수질 상태가 좋지 않은 모양입니다.
감자꽃도 많이 보였습니다. 원래 많았던 걸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것인지, 하얗고 뽀얀 감자꽃 줄기에 정말 감자들이 자라고 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맑은 날, 이른 아침부터 아이가 아라뱃길 산책을 가자고 했지만, 거절했습니다. 22km가 산책일 순 없거든요.
어느 지점에서 돌면 집까지 딱 30분이 걸리는 코스로 나긋한 산책을 갑니다. 조금 늦은 시간이라 평소보다 해는 높아져 있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봅니다. 앞니 빠진 남자아이들 셋이 모여 이야기를 합니다. 학교 갈 생각이 없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태연해 지나가던 어르신께서 어여 학교 가라고 소리칩니다.
하천길 입구의 내리막길을 미끄러지듯 내려오는 리어카에 화들짝 놀랍니다. 저처럼 작은 체구의 아주머니가 감당하기 버거워보이는 폐지가 리어카에 가득 담겨있습니다. 한참을 나란히 걷다 폐기물 업체들이 나란히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오르막길로 힘겹게 오르는 그녀의 리어카 뒤를 살짝 밀었습니다.
몇 발자욱 안되는 작은 오르막길에 한 손으로도 누군가의 짐을 잠시나마 가벼이 할 수도 있네요. 고맙다는 말씀에 양손 모으고 인사하며 저는 쑥스러워했습니다.
코스모스 1송이가 있던 자리에 2송이가 되었습니다. 얼마지 않아 3송이가 되겠네요.
루드베키아를 다시 그려보고 싶어 사진 몇 장을 더 찍었습니다.
해가 조금 떠 있는 9시 무렵이 되니 하천의 물고기들의 활동도 활발해졌습니다. 며칠 전 입만 내밀고 뻐끔거리던 가물치와 어린 물고기들은 오늘은 보이지 않습니다.
꽃만 찍지 말고 잎사귀들도 찍어 무슨 식물인지 알아보려고 무심히 지나던 나무들과 잎사귀를 촬영해 봅니다. 이러다 생태 해설가 되어도 좋겠습니다.
아침 태양의 빛을 받아 투명해진 초록빛은 언제나 눈부십니다. 이 맛에 산책을 합니다.
평소보다 이른 날의 산책은 햇볕의 위험은 없었으며 바람도 제법 선선한 날이었습니다.
사람들의 뛰는 모습을 봅니다. 한쪽 어깨가 올라간 채 뛰는 사람, 온 몸에 무릎 보호대부터 등에 붙은 작은 가방은 마치 거북이 등껍질 같아 보였고, 썬글라스와 모자, 마스크까지 완벽하게 가리고 뛰는 러너도 있고, 뒤뚱뒤뚱 부터 갸웃갸웃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저의 뛰는 모습은 어떤지 궁금해지네요.
접시꽃은 아직도 만발 중입니다. 가을까지 피어날 봉우리가 만두빚은 것마냥 줄기를 따라 오종종 나있습니다 접시꽃은 색도 다양했고 모양이 다르기도 했으며 키가 큰 접시꽃은 부러지기도 했고 정말 키가 작은 접시꽃도 있었어요.
여름에 가까워지니 하천에는 곤충이나 벌레들이 많아졌습니다. 팔랑거리는 나비를 쫓아다녔고 그늘진 하천에 고개를 숙이고 불투명한 물 속에서 생명체를 찾아내느라 바쁩니다.
해가 떠 있는 시간에 호젓하게 산책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 ITZ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