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평일, 건조기 돌아가는 소리를 1시간 넘게 듣고 있다. 퇴사하고 한 달만에 집순이 루틴에 적응해 버렸다.
‘전기세가 평소보다 더 나오겠구나.’
일을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으로 이런 저런 시도들을 해보지만, 대부분은 집안 일이고 빌려온 얇은 책들은 1권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50대, 이혼녀, 실직자로 가득 채워졌다. 정답을 찾고 싶은 검색 덕이다.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찾지 못했다. 50의 마음가짐이란 모든 50대에게 적용되는 것일까. 욕심을 버리라는데 응?
내가 얼마나 욕심을 부렸다고.
1인 분 밥값이나 좀 하겠다는데.
논어가 등장했다가 주역이 등장했다가 50대 빈곤에 대한 이야기, 평범했던 사람이 노숙자가 된 사연들을 보면 답답해 져왔다. 언제나 내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적막을 깨는 초인종 소리, 소독을 하러 왔다는 아주머니는 약품통을 백팩처럼 메고 있었다. 다들 열심히 자기 일을 하고 있다.
PC앞에서 여러 일들을 처리 하다보니 1~2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갱년기 약을 먹어야 할 타이밍이 지나고 있었다.
나는 마치 없는 것처럼 숨죽이며 있을 때도 있고 주방에서 달그닥 거리며 부지런을 떨 때도 있다. 남는게 시간이라 중고로 샀던 식기 세척기는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아이가 초저녁 잠을 청하고 있는 동안 오늘 하루 종일 밖을 나가지 않아 옷을 주섬주섬 입고 똥강으로 산책을 갔다.
어딘가 모여든 사람들, 원앙 2마리가 강가에서 열심히 먹이를 찾고 있다. 사람들은 고양이가 오기 전에 얼릉 멀리 가야할 텐데 라고 말했다. 나는 고양이가 원앙을 잡아먹는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몇 걸음을 못 가 원앙을 사냥해 먹는다는 그 길고양이를 만나게 되었다. 캣맘도 있는 것 같은 흔적들이 있는데 그걸로는 부족했을까.
대학생이 된 아이는 수업을 듣고 오자마자 학우들에게서 받은 먹거리를 호주머니에서 꺼낸다. 매일, 삶은 계란부터 홍삼 스틱까지 참으로 다양했다. 아이 학교에는 만학도들도 많아서 간식거리는 대부분 그 분들이 싸오셨으리라 . 아이는 학교에서 들었던 강의 내용이나 인상 깊었던 일들을 재잘댄다.
중학시절, 학교 다녀오면 가방을 내려놓자 마자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엄마가 듣던 말던 재잘거렸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아버지가 암투병을 시작하면서 우리 집의 시간은 멈추었고 고독한 사춘기를 맞이해야 했다. 그리고 일련의 사건들이 세차게 지나간 후 나는 영원히 엄마에게 나를 말하지 않았다. 독립이 아니었다. 단절이었다. 줄곳 타인에게 나를 말하거나 싫다는 내색을 하거나 요구하는 일에 서툰 이유다. 내내 그래왔다.
불과 얼마 전에 퇴사한 회사에서 마저도.
-ITZ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