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봄, 알고보니 흔한 풀꽃

봄이란, 푸른 잔디밭에 청춘들의 데이트 하는 장면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마음이다.
거기 있지 않아도, 바라만 봐도 좋았다.
적당한 바람에 맡아지는 기분 좋은 봄 내음, 팔랑이는 머리카락이 간지럼 덕에 웃는다.

남녀
부천 삼정공원에서

출퇴근 하지 않아 낮 시간의 집은 가득 들어오는 햇볕이 풍요롭게 느껴지다가도 동시에 끔찍하기도 했다.
집 안에 갇혀 나는 현모양처다. 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이제는 그 시절에 들었던 음악조차도 듣지 않게 되었다.


오늘은 병원으로, 도서관으로, 고용복지센터에서 상담센터까지 오가는 버스 안,
창가 바짝 붙어 인천의 거리를 호기 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심리상담 선생님이 인천은 “전통시장”이 잘 되어 있다며 모래내 시장을 추천해 주셨고
“우리 3회 남았어요.” 라고 말씀을 하셨다.

2026 인천 삼산동, 봄까치꽃과 자주광대나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많이들 알고 있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 」이라는 시다.
그러니까 이제 인천은 풀꽃이 된 셈이다.

딩~동♬
이곳은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구역입니다. 위반 시 폐기물관리법 제68조 제3항에 의거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라떼를 가질러 갈 때마다 들리는 경고음이다. 늘 쓰레기로 북적대던 전봇대인데 이젠 행여 소리가 나지 않는다면 고장이 났나? 하며 돌아볼 정도가 되었다. 경고음도 계속 듣다 보면 무뎌진다. 아무리 금연이라고 써 붙여놔도 낚시 금지라고 안내팻말이 있어도 하는 사람은 늘 한다.
커피를 내리느라 등만 보였던 카페 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작은 목소리지만, 본인은 나름 크게 낸 목소리다. 가끔 화답하는 소리를 뒤통수로 듣는다.
발자국 못 가 새들이 서로 공중전을 펼치며 싸우고 있는 모습도 목격했다. 처음 보는 장면이다. 날면서도 싸울 수 있구나. 몰랐니, 쟤네들 새야.
관리 사무소와 아파트 건물 사이에 45도 각도로 뻗어 간신히 묶어둔 홍매화도 제 빛깔을 내고 있다.

어제는 병원 서류를 가지고 고용노동부에 방문했다. 검색도 하고 전화 문의도 했지만, 방문하는게 가장 빠르고 덜 고생하는 거였다. 실업급여를 신청할 때는 취업이 가능한 건강 상태까지 입증하여 제출해야 한다. 언제까지 제출해야하는지 그렇게 검색하고 전화 문의하고 그랬는데 방문 1번으로 해결될 일이었다.
상담사는 진료 영수증만으로도 충분히 증거자료가 되니 잘 모아 놓으라고 말했다.
안되면 어쩌지라는 불안은 그렇게 쉬이 달아났다.
회사에서 받아야 할 서류는 없다고 했다.

부천 계남공원에서 2024년 4월, 민들레

화초같이 결혼생활 해놓고 겁도 없이 이혼해 지난 5년 간의 풍파를 생각하며 절로 자립이란 없구나 했다. 가끔, 그냥 살아도 괜찮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당연히 하고 있다.
자신이 무슨 고귀한 화초인지 알았다가 어디선가 삐져나온 흔한 풀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어떻게 자라게 될까?
풀꽃은 바람에 꺾이진 않을테니 죽지는 않겠지. 누군가 밟지만 않는다면.

2월에 내 불안도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한다. 나만 몰랐다.
그에 비해 4월의 중순인 지금도 회복 중에 있다. 조금 더 내게 시간과 여유를 허락해 주면 좋으련만|
나는 늘 내게 인색하다.

집에 들어왔더니 나설 때만 해도 맡아지지 않았던 밤새 고인 냄새가 났다.
아이 방, 양쪽 베란다, 안방까지 모조리 창문을 열었다. 봄 기운이 가득 집 안으로 밀고 들어온다.
20살 청년은 오늘은 학교에서 수업이 있어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나갔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뒷 목덜미로 불어대는 잔잔한 바람을 맞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생계활동을 중단한지 2개월차가 되었다. 병원비에, 고정지출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빠져 나갔다.
제발 마지막 휴가였으면 좋겠다. 가만히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과거 18년을 소환하는 감각이라 끔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제 좀 더 가난해 지더라도 너무 오종종거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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