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대학 첫 OT 경험과 부모의 마음

오늘 아이가 합격한 대학에 OT가 있는 날이다. 극성 맞아도 좋았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도 궁금했고 무엇보다 아이가 다니는 등하굣길이 궁금했다.
차를 갈아타고 30여분을 달려 낯선 ○○에서 내렸다. 우리는 미리 알아둔 한 중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범박동 있는 「차이나 몽 」과 같은 가게인지 궁금해 했지만, 알 수 없었고 중요하지 않았지만 찹쌀 탕수육 맛은 비슷했다.

전남편이 구로에 있는 유명한 중식당에 데려간 기억이 나 아이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고 보니 그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해준 사람이었다. 이젠 아이도 아빠에 대한 이야기가 추억을 나누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아이와 둘이 지내는 일상이 내 삶이라는 걸 20년만에 받아들인 셈이다.

식사 후 우리는 학교까지 20여분 걸었다. 가는 길에 부모님과 온 아이도 보였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앳된 얼굴부터 조금은 성숙해 보이는 얼굴까지 연령층은 다양했다. 역시 공부란 때가 있지 않다. 본인만 원한다면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시대다.
OT실에 아이를 넣어두고 발길을 돌렸다. 아이가 다닐 학교라 생각하니 나도 설레었다. 아이는 분명 들떠 있었지만, 티 내지 않으려고 애써 담담한 척하는 모습도 귀엽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다시 쓸쓸했다.
기다렸던 버스가 도착하고 아직도 버스가 급정거하거나 내가 중심을 잡지 못할까봐 미리 겁을 낸다. 때때로 나는 모든 것이 공포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어르신들의 어눌한 몸짓이 내게도 찾아온 듯 손잡이를 꼬옥 잡으며 중심을 잡으려 애를 썼다. 이젠 어지럼증까지 있으니 더 조심해야 해서 중심잡는데 온통 에너지를 다 쓰는 것 같다.

김포와 부천 사이, 익숙한 출퇴근길을 지나친다. 예상보다 마음이 일렁이지 않는 것은, 지나온 길보다 눈앞에 놓인 현실이 더 무거웠기 때문이다. 다시 일할 수 있을까. 시니어도 아니고 마스터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에서 그러나 여전히 3월에 있을 수술과 재활이 발목을 잡고 있다. 몸도 마음도 더 쉬라고 하는데 조급해지는 마음은 어쩔 도리가 없다. 무엇보다도 이런 일을 상의할 대상이 없다는 건 나의 쓸쓸함은 정당했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며, 50를 지천명의 시기라고 정의했다. 하늘이 나에게 부여한 사명이나 도리, 그리고 삶의 원리를 깨닫게 된다는 의미이다. 53세에 겨우 알 것 같은 나의 사명… 아이가 자기 밥벌이할 때까지 곁에서 지켜주는 것이다. 그조차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이는 OT에서 받은 초코파이를 들어올리며 한자로 적힌 “정”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엄마! 오리온 초코파이, 무려 정인데?”
엄마는 빙긋 웃었다.

-IT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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