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테이블
저를 이야기합니다.
전남편이 내게 가하는 가장 큰 복수
변호사에게 먼저 연락이 온 건 처음이었다. 대부분 행정적인 말투고 빨리 해치우려는 목소리도 멀치감치 들린다. 혹 무선 전화기라서 그런가요? 라고 묻고 싶을 때가 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 못했어요. 네네~ 네?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이번 변호사는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공감도 잘하는 편이어서 의아했다. 감치를 원하냐는 했다. (내가 그걸 원할리 없다.) 아이의 권리니까 어른인 내가 나서는 것 … 더 읽기
참고서면, 내가 참일까?
하루 종일 참고서면을 작성했다. 증거를 하나라도 더 찾아내겠다는 집요함으로 꼬박 6시간을 PC 앞에 붙어 있었다. 증거서류를 차곡차곡 쌓고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했던 재산명시 리스트를 넘기던 순간, 어제까지만 해도 읽어내지 못했던 그의 궁핍한 처지가, 모든 조사가 끝난 마지막 장에서야 비로소 보였기 때문이었다.
산책, 동물 다섯 마리 사진 찍기 미션
아이는 ○○까지 등하교를 하고 있다. 근 2시간 거리지만 인천에 이사 와서도 시흥에 있는 교회를 기꺼이 다니니 문제가 되지 않았다.10년을 넘게 똑같은 가방을 메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멀리서도 보였다.“엄마, 산책길에서 동물 사진 다섯마리 찍어 보내~” 매사 긴장해야 했던 사회생활이 끝나고 나니 승모근 통증이 절로 사라졌는데 대신 그 자리에는 우울과 불안이 자리했다. 잠을 잘 못 잤는지 허리가 … 더 읽기
영화, 왕과 함께 사는 남자
아이와 집 근처 CGV에서 왕과 함께 사는 남자를 예매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이후 아이와 보는 두번째 영화다.영화를 보러 가기 전만 해도 손수건을 챙겨야 한다고 했거늘, 주말엔 배차 간격이 넓어지므로 곧 온다는 버스를 놓칠까봐 손수건 생각은 잊은 채 정류장으로 달렸다. 스산한 기운은 부천 롯데시네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죽은 상권에 극장이 들어와 있는 이유가 궁금해져 혼잣말하듯 아이에게 물었다. 극장을 … 더 읽기
일상, 건조기 돌아가는 소리
한적한 평일, 건조기 돌아가는 소리를 1시간 넘게 듣고 있다. 퇴사하고 한 달만에 집순이 루틴에 적응해 버렸다. ‘전기세가 평소보다 더 나오겠구나.’ 일을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으로 이런 저런 시도들을 해보지만, 대부분은 집안 일이고 빌려온 얇은 책들은 1권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50대, 이혼녀, 실직자로 가득 채워졌다. 정답을 찾고 싶은 검색 덕이다.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 더 읽기
양육비, 끝나지 않는 싸움
2022년 내 급여로는 생활비도 빠듯했기에 아이 학비는 연체되고 있었다. 부족한 학비는 출자금에서 차감하는 걸로 학교 측과 이야기를 하고 졸업을 시키자며 뜻을 모았다. 아이는 아빠를 만나 졸업만 시켜달라고 부탁해 보겠다고 했다. 모두가 아이의 무사졸업을 기원하고 있었던 때였다. 아이가 그 길을 나설 때 표정은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 아빠가 자신의 뜻을 들어 줄거란.. 하지만 아이는 온 몸을 떨며 … 더 읽기
저는 보호자가 없습니다
오늘이 공휴일이 아니라면 한창 출근 준비를 하고 있을 시간이다. 일과의 시작은 건강한 긴장이었다. 일에 대한 기대와 사람들과 스몰토크를 할 수 있는 출근길은 감사한 시간이었다. 가는 길에 라떼를 잊지 않고 라떼를 사 들고 가던 나의 모습이 그립다. 2021년 2월 입사 2022년 11월 변호사 선임 2023년 2월 원룸으로 이사2023년 2월 쿠키양 무지개 다리 건넘2023년 7월 생애 첫 … 더 읽기
50대 실직자의 낯선 산책기
해가 있을 때 걷고 싶어 서둘러 긴 모직코트에 얇은 목도리까지 두르고 산책길을 나섰다. 오랫동안 집안에서만 지내는 은둔형은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모른다더니 딱 그 꼴이다.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소리를 내며 불편한 걸음을 하는 장애인이 앞서 걸어가고 있다. 보호자로 보이는 분은 그와는 조금 떨어져 앞서 걷고 있었다. 어쩌다 그와 걸음 속도가 비슷해져 꽤나 긴 코스를 내내 같이 … 더 읽기
병원에서, 일을 안하면 어때요?
시간에 매이지 않아 한적한 병원 나들이, 무직자 답게 여유로웠다. 전정 어지럼증약이 듣지 않는 것인지 전정 어지럼증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인지 약이 소용없는 날이 이틀째 지속되고 있다.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은 생계보다 자기효능감이나 인정욕구를 채울 수 있어서 일을 했을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그래왔다. 그게 왜요? 내가 무엇이 되어야만 사랑 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학교 다닐 때에는 공부를 … 더 읽기